이새Fnc가 전개하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새’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80개 매장에서 480억원의 매출을 기록, 영업 이익률은 전년 대비 8% 신장했고 점 평균 매출액도 해마다 증가했다. 지속가능한 유니크한 제품과 최근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점이 성장의 비결이다. 노세일을 고수하면서도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새’의 정경아 대표를 만나 성공의 배경에 대해 들어 보았다.

지금은 패스트 패션 시대. 모든 것이 빠르고 헤프다. 하지만 전통의 친환경성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이새’의 옷과 생활용품을 입고 만지고 사용하다 보면 문득 잊고 있었던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상실했던 인간미가 되살아난다. 복고는 맵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도 오롯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새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기계가 찍어낸 것이 아니라 자연소재를 자연 염색해 사람의 손으로 만든 ‘이새’는 친환경적인 패션이다. 친환경은 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패션에서도 자연을 닮은 CEO가 이미 그 길을 가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정경아 대표는 오랜 세월 한길만을 헤쳐 온 장인의 굳건한 심성이 느껴졌고,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표정에는 삶의 혜안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전통적 가치와 현대의 접점을 찾아 브랜드 ‘이새’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길이 고단한 여정이겠지만 그녀의 눈빛은 미래를 열어갈 해법에 대한 자부심으로 빛났다.

자연염색과 전통 소재에 대한 관심과 문화유산 답사
대학을 의상학과로 진학한 그녀는 군부독재 시절인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고, 독서 토론 등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옷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졸업작품전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냈다. 바로 자연염색과 전통소재였다. 대학 4학년 때 지도교수로부터 앞으로 패션회사에 갈거냐는 질문에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적인 우리 옷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교수님이 전통이 진정 무엇인지 아느냐면서 서랍에서 전통소재인 무명을 꺼내 보여주었다. 당시 전통소재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우리 옷을 만들겠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면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때부터 소재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 후 정 대표는 민족생활문화연구소 우리옷 사업단인 ‘질경이 우리옷’에서 일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제작부터 영업까지 전 과정에 걸쳐 업무를 배웠다. 이후 ‘샘이 깊은 물’을 발행하던 ‘뿌리깊은나무’사에서 일했다. 잡지를 발행하는 일이 주였지만 사업단 소속으로 출판물과 문화상품의 판매를 하며 세일즈와 세상을 배웠다.
당시 <한국의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지역 문화 답사를 진행했는데 자연스럽게 동호회까지 이어져 남들보다 더 한국의 이곳저곳을 다녀볼 수 있었다. 문화유산답사를 하고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이런 경험이 지금의 이새를 만드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옷을 통해 전통문화를 잇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교감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뿌리깊은 나무를 떠난 후 정 대표는 문화유산 답사를 하면서 사보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새로운 준비를 했다. 그 준비의 결실이 친구인 김남희 대표와 함께 시작한 우리옷 생활한복 ‘돌실나이’였다. 5년 가까운 시간 속에서 친구와 함께 돌실나이를 만들고 정착시킨 정 대표는 새로운 꿈을 향해 회사를 떠났다. 돌실나이를 떠난 정 대표는 이러한 철학과 생각을 기반으로 자신의 홀로서기를 시작해서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신사동에서 `잇빛(itbit)`이라는 개인 매장을 열었다. 그 후 인사동에서 ‘가람’으로 이름으로 변경하여 인근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나갔고, 2005년 `이새` 브랜드를 론칭했다. 친환경 소재 패션 브랜드 ‘이새’는 40~50대 중년 여성복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층도 다양하다. 30대 젊은 직장인 여성들은 물론이고 여성복 중 가장 큰 사이즈를 구매해 입는 남성 고객까지 있을 정도다. 친환경 옷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님에도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정경아 이새FnC 대표가 발품을 팔아 발견해낸 콘텐츠 때문이다.

사람과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이 ‘이새’의 본질
‘이새’는 여성들의 집안일을 일컫는 순우리말이다. 여인네의 야무진 손끝처럼, 가족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섬세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옷과 살림살이를 만든다. 조상들이 지켜 온 삶에 대한 철학, 사람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듯한 핸드메이드의 느낌,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빛깔들은 이새를 만드는 근원적인 가치다.
사실 산업화 시대의 기성품은 똑같은 옷을 대량생산하는 개념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와 화학물질의 산물이며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망각하게 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전의 가내수공업 시대도 돌아가면 남자들이 농사나 사냥을 하러 집 밖으로 나갔고 여성들은 집에서 가족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만들고 필요한 옷과 살림살이를 직접 만들어서 썼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재료를 구해 실을 짜고 나무를 다듬어 손으로 정성껏 만들었다. 인체에 무해하고 역할을 다하면 자연스레 자연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을 해치지도 않았다. 이처럼 이새라는 브랜드 이름에는 ‘사람과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은 옛날 집안일이 지닌 가치를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누구나 자연소재로 만든 옷과 친환경 살림살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신토불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딴 판이다. 기계 없이 엣날처럼 손으로 만든 공예품은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너무 비싸다. 여기에 손으로 전통제품을 만들던 장인들은 생계 때문에 작업을 포기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 때문에 친환경 핸드메이드 제품은 비쌀 수 밖에 없다. 결국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식탁엔 값싼 중국산 제품이 대부분이다.

위기에 처한 전통을 미래로 이어가자. 바로 친환경 패션 & 라이프 스타일 추구하는 ‘이새’의 브랜드 철학이다. 친환경적인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생활 양식과 쓰임새에 맞게 제안하는 것이다. 베틀로 사람이 손으로 짠 직물에 화학약품이 아닌 자연 재료로 자연염색을 해서 옷을 만들고 사람의 손으로 찍어 만드는 블록 프린트로 옷 문양을 고집하는 이유다.
봄/여름 제품은 대부분 오가닉 코튼, 마, 실크 등의 자연소재와 진흙 염색, 쪽 염색, 벨라도나 열매 염색, 감물 염색 등 자연 염색으로 제작한다. 가을/겨울 제품은 자연소재가 지닌 보온성의 한계 때문에 보온성을 높일 수 있는 울과 캐시미어 방한 소재를 적용한 혼방 소재를 자연 염색해 만든다.

2018년 80개 매장에서 480억 매출 달성
사람의 몸과 자연에 해로운 화학섬유를 주로 접하다가 이새의 자연소재와 자연염색 옷을 입어본 사람은 고정 고객이 된다. 이새는 해마다 놀라운 매출 증가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80개 매장에서 48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영업 이익률은 전년 대비 8% 신장했고 점 평균 매출액도 해마다 증가했다.
이렇게 매장 수가 많아지면서 제품 제작 공정의 일부는 자동화했지만, 자연소재와 자연염색을 사용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은 10년 넘도록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그렇게 전통 공급자에게 끊임없이 수요를 만들어주고, 또 소비자에게는 좀 더 합리적 가격으로 쉽게 친환경 패션 &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특히 전통과 미래의 가교 역할의 핵심인 친환경 패션과 사람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새의 열정은 거의 집착에 가깝다. 일일이 침을 발라 실을 짜고 사람 손으로 한 올씩 정교하게 짜는 한산모시를 연수해 미래적인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2년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 결과물은 고객들의 호평은 물론 해외 패션박람회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2016년에는 안동 지역이 최상의 생산지로 알려진 안동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우리가 흔히 수의의 소재로만 여기던 안동포가 얼마나 멋스럽고 친환경적인 모던한 패션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국내외에 일깨워주었다. 한지 재료인 닥종이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어 자연 염색해 심미성과 내구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감각적 줌치 가방을 개발한 연구와 한산모시, 안동포, 무명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에서 장인의 한결같은 고집도 느껴진다.
전통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경아 대표는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전통 마을과 장인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아름다운 집안일을 멈추지 않도록 그들이 만든 물건의 판로를 찾아주었다. “우리의 전통문화만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갖고있는 것, 하지만 상대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가치를 깨닫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정 대표의 말처럼 지속가능한 패션은 세계가 공유해야 하는 과제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대한민국 대표 지속가능 브래드로  
한편 이새는 2016년부터 의류뿐 아니라 침구류, 식기류 등 라이프스타일 전 영역에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이새 라이프스타일 플래그십 숍을 인사동에 열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영역을 넓혔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지역 수공예품을 공정무역으로 구매해 판매하는 ‘메라하트’ 라인을 비롯해 할아버지가 손주의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자연 그대로의 은곡도마, 청정 섬 제주의 흙, 물, 불로만 만든 자연 식기인 제주 숨옹기, 강원도 도계 탄광 지역에서 난 유리를 사람의 숨으로 불어 만드는 물빛유리, 지리산의 나무를 태워만든 자연 식기인 검은 목기 등을 만날 수 있다.

나아가 자연 재료와 사람 손으로 지역 살림살이를 이어나가는 소규모 생산자를 다각적 방법으로 지원한다. 2017년에는 소규모 지역 생산자들이 한 달에 두 번 깨끗하고 아름다운 먹거리와 수공예품으로 시장을 여는 마르쉐와 협약을 체결해 그 아름다운 시장과 라이프스타일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라져가는 검은 목기를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매거진 <뉴요커>의 아트 디렉터, 예술 대학의 교수 등 세계적 명성의 시각 디자이너 4백 명이 회원으로 참석하는 2016 AGI(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 서울 총회 식사에 이새가 검은 목기를 선보이며 세계 톱 시각 디자이너들의 찬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리산의 나무를 태우고 토종 밀랍으로 코팅한 독특한 자연 그대로의 검은 목기는 얼핏 보면 주물 그릇 같지만, 촉감이 따스하고 무엇보다 가볍다.
이처럼 100% 자연 재료를 사람의 손길로 다듬은 식기의 아름다움은 국적을 불문하고 현장의 톱 아티스트를 감탄시켰으며, 나아가 친환경적 전통 공예품이 지속 가능한 삶의 대안이라는 이새의 기업 철학을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통의의 가치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기업
‘이새’는 ‘유니클로’, ‘자라’ 등 패스트 패션의 유행 속에 꿋꿋하게 자연염색과 전통 직조법을 고집하는 슬로우 패션을 추구한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이새’ 옷은 블라우스 하나에 10~20만원 대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몸에 좋은 옷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국내 고유의 염색법으로 태어난 ‘이새’ 브랜드의 자연 빛 색채는 옷에 스며들어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자연염색과 전통기법으로 탄생한 이새 브랜드는 천의 재질은 물론 색상도 한눈에 차별성이 느껴진다. 리사이클과 업사이클에만 머물러 있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넥스트 버전을 보여주는 듯 하다.

대외적으로 이새의 가치를 전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경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는 바로 사내 임직원들에게 이새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늘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그녀 자신도 자연친화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한다.
정경아 대표는 이새의 경쟁력에 대해 ‘자연과 사람의 정성’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색과 어우러진 옷은 외모 뿐 아니라 사람의 감성까지 자극해 차분하면서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계도 느끼고 어려움과 좌절도 맛보았다 늘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을 보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 정경아 대표는 ‘이새’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을 모두가 원한다. 우리 이새가 그 삶의 동행이 되면 좋겠다. 기업이 성장해서 많은 인력을 고용하게 되는 것이 기업으로서 사회적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정경아 대표는 좋은 재료로 좋은 옷을 만드는 것이 이새가 해 나가야 할 사회적 공헌임을 분명히 했다.
그녀가 말하는 성공 속에서 개인적 명예가 아닌 전통의 가치를 향해 꿈을 키워가는 후배들을 위한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우리 조상들이 품었던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지혜의 모습이다.

대학 시절 전통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던 교수님의 물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정경아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도 오직 한길만 달려가는 그녀와 이새의 발걸음이 힘차고 굳세다. 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삶과 그런 옷을 만들어 온 사람, 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늘 중심에 두고 살아온 사람, 자연과 사람, 전통과 현대가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함께 나누는 가치와 행복을 꿈꿔온 사람 정경아 대표의 삶과 꿈, 그리고 ‘이새’를 통해 새롭게 펼쳐가는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