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모던한복이 인기다. 모던한복은 전통한복의 멋은 그대로 살리고 활동하기 편한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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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모티브로 한 캐주얼 브랜드 ‘리슬(LEESLE)’

고궁이나 한옥마을에 가면 형형색색의 모던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근처 한복 대여점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지난 2013년부터 문화재청은 한복을 입고 서울 4대 고궁과 종묘 등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복 무료입장 실시 이후 고궁 관람객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장 기간에는 전체 관람객 7만6000여명 중 약 16%가 한복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상에서 편안하면서도 개성을 살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한복 여행, 한복 파티와 같은 한복 관련 콘텐츠가 늘어난 것도 모던한복을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SNS에 ‘한복 인증샷’이 유행한 지는 오래. 인스타그램에 ‘#hanbok’으로 검색되는 사진만 35만개가 넘는다. ‘생활한복’, ‘신한복’ 이라는 용어로 혼재돼 사용되는 ‘모던한복’은 전통한복의 모티브를 일상복에 적용해서 평상시에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개량한복이 기능성에만 치중해 ‘어르신들’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깊어진 반면 모던한복은 개량한복과는 다른 ‘트렌디함’이 특징이다.

사실 생활한복과 개량한복은 동의어다. 모던한복이 처음으로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에는 개량한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개량’이라는 단어는 ‘나쁜 점을 보완해 더 좋게 고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개량한복은 한복의 나쁜 점을 보완한 의류라는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의류학계와 한복업계에서 한복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개량한복이라는 용어 대신 생활한복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로 인해 기존에 쓰이던 개량한복과 개선된 용어인 생활한복이 혼재돼 사용됐고 이 둘이 마치 다른 종류의 한복처럼 인식돼 왔다.

생활한복이 처음 유행했던 1990년대에 주로 쓰이던 원단은 면으로 다소 투박한 느낌을 줬다. 반면 요즘 생활한복에 쓰이는 원단은 리넨, 나일론 등 훨씬 다양해져 아예 다른 옷처럼 보인다. 한복업계에서는 모던한복이 전통한복의 명맥을 잇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견과 정통성을 해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 PB브랜드 ‘테’에서 론칭한 모던한복

한복을 일상으로

모던한복은 활동성을 위해 저고리와 치마폭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또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도 맞춤 한복보다 저렴하다. 모던한복의 대표 아이템은 철릭원피스와 허리치마다. ‘철릭’은 조선시대 문무백관들이 걸치던 긴 겉옷인데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가 원피스형 한복으로 재해석하면서 2030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길게 늘어지며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히는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특징. 겨드랑이 아래부터 입는 전통한복치마와 달리 허리부터 입는 허리치마는 랩스커트와 디자인이 비슷하다. 허리에서 묶어 아래로 갈수록 볼륨감이 생기기 때문에 허리라인을 강조할 수 있다. 화이트 셔츠나 블라우스, 카디건과 잘 어울린다. 남성의 경우 전통 겉옷인 ‘포’나 ‘두루마기’ 등을 트임을 넣어 캐주얼하게 변화시킨 겉옷이 대표적이다. 특히 포는 가벼운 소재로, 두루마기보다 무겁지 않으면서 환절기 코트용으로 제격이다.

모던한복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한복 전문 온라인쇼핑몰은 ‘리슬(LEESLE)’, ‘더고은(THE GOEUN)’, ‘데일리한’ 등 수십 곳에 달한다. 손짱(대표 황이슬)의 리슬은 지난 2014년 론칭해 전통미와 트렌드를 담은 새로운 스타일의 한복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조선시대 18~19세기 치마, 저고리, 바지 스타일을 구현한 라인과 서양복과 융합한 ‘한주얼(한복+캐주얼)’ 라인이 있다. 리슬은 지난 8월 3일 가로수길 ‘엘큐브’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다음 달까지 운영한다. 지난 2015년 론칭한 빛깔고은(대표 이재환)의 더고은은 한복 브랜드 중 한국 대표 업체로 ‘중국 샤먼 박람회’에 참가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온라인쇼핑몰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모던한복 인기몰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한복 디자이너 연합 박람회를 개최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치마저고리’, ‘서리나래’, ‘리슬’ 등 모던한복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롯데마트의 PB브랜드 ‘테(TE)’는 지난 1월 자체 모던한복 브랜드를 론칭했다.

일반 온라인쇼핑몰도 모던한복 브랜드를 입점하고 있다. G마켓은 지난해 4월 기존의 한복 부문에 ‘패션·캐주얼 한복’ 부문을 신설했다. 일상생활에서 한복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다. 한복 SPA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솔실크(대표 오영민)의 ‘수련빔’은 유통단계 등을 줄여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