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로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할지 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결의한 합의문에는 개성공단 가동을 재검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10.4 남북공동선언’을 추진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섬유패션업계에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남북한의 두 정상이 다시 추진키로 결의한 10·4 남북 공동선언은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를 통해서 발표한 공동선언이다. 2007년 10월 2~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통해 함께 채택하고 선언했다.

주요 내용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전환, 군사적인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의 핵(核) 문제의 해결을 위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 추진,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적극적인 활성화,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이다. 이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사업은 5개 주제, 19개 의제에 달했다. 핵심적인 의제는 ▲서해평화협력 특별 지대 설치 ▲개성공단 1단계 완공 후 2단계 개발 착수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 이용 ▲안변과 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부총리급 격상이다.

지난 2003년 착공한 뒤 2007년 문을 연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도 담겨있다. 개성공단의 1단계 건설을 이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개성공단의 폐쇄조치가 풀리고 재가동 될 경우에는 3조원 이상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남북경협을 통해서 지정학적인 리스크가 완화되면 금융시장과 내수시장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섬유·패션·봉제산업만을 놓고 따져보면 개성공단에선 기술력이 우수한 북한의 양질의 생산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과 더불어 관련 제품의 품질을 크게 향상하면서도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크다. 노동집약적인 섬유패션봉제업계에는 개성공단이 최적의 생산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가운데 섬유패션봉제업체는 73개사로 전체 124개사 가운데 59%에 달한다. 노동집약적인 관련 산업의 특성상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가 큰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인건비는 중국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재입주 희망의사 전체의 96%

이에 따라 최근 내수시장의 정체로 새로운 투자처와 신흥시장을 찾아 나선 관련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자!’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와 개성공단기업협회(회장 신한용)가 지난 3~4월에 공동으로 ‘개성공단기업의 최근의 경영상황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개성공단 입주기업(101개사 응답) 가운데 96%가 재입주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재입주 희망 이유로는 전체 가운데 79.4%가 ‘개성공단이 국내외 공단 대비 우위의 경쟁력을 보유’를 꼽았고, ‘투자여력 고갈 등으로 개성공단 외 대안이 없어서(10.3%)’ 등이 뒤를 이었다. 개성공단의 경쟁력 우위요소로는 ‘인건비가 저렴(80.3%)’을 꼽았다. 또한, 개성공단 재개의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98%가 ‘현(現) 정부 임기 내에 재가동 될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응답기업 10곳 가운데 6곳(60.4%)은 이미 ‘해외공장이전, 대체시설확보 등 사업재기를 위해 노력 중’이며, 10곳 가운데 1곳 이상(13.9%)은 ‘사실상 폐업상태’라고 응답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영상 애로사항으로는 ‘원자재 구입, 노무비 등 경영자금 문제(58.4%)’를 꼽았으며 ‘거래처 감소로 주문량 확보에 문제 발생(38.6%)’, ‘설비자금 확보 문제 발생(35.6%)’ 순으로 대부분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남북한의 정상회담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계기로 한동안 폐쇄됐던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며 “특히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사안이 결정될 경우 입주기업들이 피해를 복구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준비해 줄 것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도 개성공단에 입주해 보자!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지역 섬유패션기업도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섬유패션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일부 관련 기업들이 개성공단이 재가동할 경우 입주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 크게 인상된 최저임금(16.4%)의 영향이 크다. 관련 산업의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지역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중국, 베트남 등도 최근에는 해마다 인상되는 인건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들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개성공단에서 자사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비용 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섬유패션봉제산업이 3D업종으로 인식을 하기 시작한 젊은 층이 일하기를 기피하면서 근로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고 또한, 외국인 중심으로 생산인력이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작업에 무리가 있다는 우려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의 경우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중국과 베트남의 절반 수준이다. 또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기술력도 우수한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만약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고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인근의 평양이나 주변 지역에도 패션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 업체들은 이런 부분도 빼놓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평양시민들의 옷차림이 예전에 비해서 매우 패셔너블해졌고 중국의 개별무역상들로부터 북한주민들이 국내산 의류를 매입해 간다는 소식도 있다. 품질이 좋다 보니 인기가 높다. 이러한 추세라면 생산뿐만 아니라 백화점 운영이나 매장 오픈 등의 소매업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경제협력사업에서 주목 받을 패션봉제

한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원장 주상호)은 최근 남북한의 관계와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봉제산업의 남북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남북경협의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 진출 때 가장 유리한 분야 가운데 하나인 패션봉제업계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봉제산업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북한은 임가공을 통한 수출의 경험과 의류봉제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진출 때 유망한 산업분야 가운데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의 봉제산업은 대(對) 중국 의류임가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평양공업지대, 신의주공업지대, 함흥공업지대, 개성·해주공업지대 등을 중심으로 섬유봉제 등 경공업 업체가 밀집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4년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발표한 이래 남북한이 패션봉제산업에서 교류하는 영역은 개성공업지대로 국한됐었다.

그러나 향후 북한의 패션봉제산업 부문의 지원과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경우에는 물자조달, 인력조달, 수출여건 등을 고려한 상황에서 북한지역 진출이 다각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한 경제협력사업의 주도적인 역할이 예상되는 패션봉제산업 분야에서 선제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탁가공 등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자

이런 배경으로 개최된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제안하는 남북협력은 지원성 물자교역이나 위탁가공 수준 같은 기존의 틀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기업간의 협력사업 단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부응해 패션봉제산업도 남한과 북한의 거점도시 외에도 인접 국가를 연계한 동북아시아 패션산업의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이 제시한 협력 분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봉제현장의 인프라 지원 분야와 패션디자인의 협력분야다. 이 가운데 봉제인프라 지원 분야는 ▲장비·설비지원과 봉제인력양성을 추진하고 패션디자인 협력분야는 ▲남북한의 패션정보 교류 ▲디자인·MD교육의 필요성 ▲남북한의 공동 마케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묘한 컬처마케팅그룹 대표는 “향후 패션봉제산업에서 진행될 남북한의 협력은 단순히 개성공단 재개의 범위를 뛰어 넘어 경제협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교류협력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패션봉제산업의 남북한 협력에 대한 정책적인 제안을 위해서는 업계의 실질적인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민간 연구기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서 얻어진 결과를 토대로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비한 패션봉제산업의 남북협력 방안’에 대해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전문가 논의를 거쳐 추후 정부를 상대로 실질적인 정책과 대응책을 제안할 생각이며 이를 위해서 조만간 국회에서 정책간담회를 다시 개최할 계획이다.

(전문)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경영현황 향후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및 입장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한용)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외부 설문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경영상황 설문 및 의견조사’를 진행해 다음의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재의 경영상황은 해외공장이전, 대체시설확보 등 사업의 재기를 노력 중인 기업들이 대다수(60.4%)를 차지하였으나 생산중단 등으로 폐업상황에 내몰린 기업들도 상당수(13.9%)다.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들의 대부분은 운영자금 부족, 거래처 확보 등에 애로가 있으며, 대체생산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들은 설비자금 확보 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무조건 재입주하겠다’는 기업은 26.7%, ‘정부와 북측의 재개조건 및 상황 판단 후 재입주하겠다’는 의향은 69.3%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재입주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조사에 비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견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1년 전 조사 결과 무조건 재입주 44%, 상황고려 재입주 49%)은 지난 1년 전 조사에 비해 피로감이 쌓인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재입주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꼽은 애로사항은 ‘재입주를 위한 재원마련 등 금융애로’와 ‘중복(복수)투자 등 시설과잉투자로 발생하는 애로’를 꼽아 재입주를 위한 남북간의 여건조성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