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패션·유통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업황을 뜯어고치려는 행보다. 패션 유통 채널의 경우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 채널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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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통업체 인건비 비중 추이(단위:%, 자료:Quantiwise)

신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패션·유통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신정부 정책 방향이 국민소득 증가에 맞춰지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저시급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가 유통채널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신정부 정책이 유통업계에 상승효과보다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해간의 소매판매액 부진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요인이기 때문에 기존 유통업체들의 정책 리스크 부담이 높을 것”이라며 “신정부 정책은 기존 유통채널보다 신유통채널의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유경제 시스템 등 신소비 패러다임의 등장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효용을 주고 있지만 거시적인 소매판매액을 둔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시행에 따라 기존 유통채널과 전혀 다른 유통채널의 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저 임금의 상승도 유통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 등 인건비가 중요한 업계의 경우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은 최저 임금인상이 점주에게 주는 부담은 본사 부담으로 확대된다며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 유통업체들의 목표주가를 내린 바 있다.

유통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은 내년부터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최저임금인상률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의 비용 부담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판관비 상승부담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라며 “소비 부진에 따라 매출액 성장세가 쪼그라들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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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패션·유통업계 득실은?

▲주요 유통 상장사 실적 변화율 추이(단위:%, 자료:Quantiwise)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인 경제성장에 도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확대, 최저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며 정책의 밑바탕을 그려가고 있다. 여당 소속의원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미국은 19개 주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이는 미국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 몇몇 주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며 일본도 GDP확대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적절한 최저임금 수준을 수치적으로 분석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주진형 전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은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로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를 판단할 기준에 대해 논의를 제안한 사람이 없다”며 “이정도 수준으로 중요한 정책의 경우 실시할 시 예상효과가 나와야 되는데 여전히 국회예산 정책처 등이 만든 회계적 자료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패션 유통채널도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소위 ‘잘 파는 매장’과 매출이 낮은 매장의 격차가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 교수는 “백화점과 아웃렛, 가두점 등 패션 유통채널의 경우 매출이 높은 매장이 살아남고 비효율 매장은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며 “특히 브랜드를 론칭한 지 얼마 안된 스타트업은 판관비상승에 더욱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규모 업체와 매장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다소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영세업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영세 사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초과상승분에 해당하는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며 “카드수수료 인하, 사회보험료 지원 등이 늘어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30명이하의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들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분 16.4% 중 7%p 수준만 부담할 것”이라며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신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수준의 일부분을 메워주면서 회사 부담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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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통업계 건드린다

▲유통업종 관련 신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자료:국정기획자문위원회)

신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시장을 수술대에 눕힌 모양새다. 유통업황은 최저임금 인상을 제외하더라도 내년부터 정부 정책에 따라 다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다음해부터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가 골목상권 주변에서 영업하는 것도 금지된다.

정부의 이 같은 규제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복합쇼핑몰 기준이 확실치 않기 때문에 아직 해당정책의 파급력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복합쇼핑몰의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향후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몰’에 해당하는 점포에만 규제가 한정된다면 백화점 업체들의 전체 유통망 중 10~15% 점포가 영업제한 규제를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생존을 위한 정책도 시행된다. 정부는 올해 신용카드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을 확대하고 오는 2019년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영세업자들의 비용절감에 힘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또 내년부터 소상공인의 고용보험료를 30% 지원하며 오는 2022년까지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를 160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해당 정책이 소상공인 분야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오는 2022년까지 혁신형 소상공인 1만5000여명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